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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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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도쿄 록본기힐에서 팀버튼 전시회가 열렸었다.

친구들과 초밥을 먹고 후식으로 라멘을 먹으러 가기 전 브레이크 타임에 들린 그 곳엔 팀버튼이 냅킨에 끄적인 스케치, 익살스런 단편필름, 색채감이 넘치는 피규어, 기이한 구도의 페인팅들로 가득 했다.

웰컴투 팀버튼의 원더랜드.

내안의 창작박스가 봉인해제 되면서 영감 inspiration 이 핑크빛 솜사탕처럼 점점 커져가고 마법에 홀린 듯 할로윈 퍼레이드에 등장할 법한 커다란 애꾸눈 풍선 캐릭터 앞에 섰다.

안녕, 애꾸눈

갑자기 이 애꾸눈 풍선이 아이패치를 들어보이더니 나한테 말을 한다.

“어때? 죽이지?, 팀이 날 거지 누더기 애꾸눈으로 만들땐 (고개를 저으며) 어휴 거기다 이런 파란색은 내가 젤 싫어하는거거든, 근데 봐봐, Voila! 멋지잖아!“

애꾸눈 녀석이 360도 회전을 하며 누더기 자태를 뽐내는 동시에

나도 360도 회전하며 전시관의 작품을 다시 한번 살핀다.

“예술이란건 이런게 아니겠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말야, 아하하하핳 (에코)“

그러곤 눈알없는 눈으로 나한테 윙크를 날리고 다시 관광객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

인정하긴 싫지만 맞는 말이다.

장시간의 아이디어 쥐어짜기,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따위 없어도 그냥 배설한 것이 예술이 되는 그런 사람.

팀 버튼같은 사람을 우린 천재라고 부른다.

극소수의 이 천재 무리들은 외계인일 수도 유전자가 다른 돌연변이 일수도 어쩌면 노력을 엄청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내 생각엔 첫 번째의 가설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만.

사실 이들이 뭔진 중요하지 않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이 독특한 시점을 아름답고 멋있게 녹여내는 이 재능이라는 건 어디서 나오냐는 거다.

그것만 안다면 이 재능 엑기스를 대량생산하고 이베이 같은데서 “Creativity Emergency Pill" 라는 스티커를 붙여 99.99달러에 팔면 얼마나 편리할까.

어쩌면 이미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나 몰래

BIG EYES는 실화를 이 천재 감독이 만들어 작년에 내놓은 영화이다.

근데 이 영화가 다른 누군가가 만들고 팀버튼 스티커를 붙인게 아닌가 할 정도로 천재적이지 않아 깜짝 놀랐다.

아님 팀버튼이 만들긴 만들었는데 한쪽 눈을 감고 만들었거나.

영화는 Walter역할을 한 Christoph Waltz의 퍼포먼스를 빼곤 감탄스러운 부분이 없었지만 빅 아이즈의 크고 동그란 두 눈과 같은 두 개의 질문을 열어 놓고 싶어졌다.

1>오른쪽 눈

예술.

많은 몸 건강한 사람들을 밤에 잠 안자게 만들고 대장항문전문의가 되어서 늘어난 똥꼬를 지지고 있어야 할 사람들을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만든, 고결하고 독특하며 삶에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선망의 그 무엇.

사실 우리 삶에 예술이 없어도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생명을 연장하는데 가장 쓸모없는 것이 예술이다.

동물인 인간은 먹을것이 항상 필요하다.

수렵, 사냥으로 음식을 찾다, ‘힘들어! 좀 편하게 먹고살자‘ 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첫씬을 떠올려보자, 인간이 도구를 사용할수 있게 되는 그 순간(슬로우 모션)부터 우리는 계속 다음 스텝을 밟는다. 온갖 머리를 굴려 농사를 짓다 보니 먹고 남을 만큼의 잉여물이 생겨나고 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창고에 저장해놓은 감자를 훔쳐간 놈을 쳐죽일 법이라는 것이 필요해진다.

만들지 뭐 까짓거.

이래서 창고에 감자는 넘쳐나는데, 감자도 하루이틀, 양파가 먹고 싶어진다.

이 감자와 양파의 랑데뷰를 위해 운반수단이 필요했고 도로, 집, 건물등 공공시설물이 생겨나며 삶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킨다.

먹고 싶은 것 먹고 추위와 더움을 차단하며 살 수있게 된 우리는 이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상상력을 이용해 문학, 음악, 사진, 영화, 미술을 창작하여 즐기고 이것들을 예술이라 부른다.

이렇게 길게 예술이 뭔지 얘기해도 예술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은 항상 또 하게 된다.

2차원 평면의 그림안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면서 상상력의 로켓을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살바르도 달리의 작품이나

뉴욕특유의 고독감과 단백함을 정제된 인물의 표정과 색감으로 담아낸 에드워드 하퍼의 작품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없이 “우와, 예술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반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얗고 큰 캠퍼스을 세워놓고 이것에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면서 여백의 미를 느껴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디까지 예술의 선으로 그어놔야 하는지 궁금해 지는거다.

2>왼쪽 눈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아래의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Mutualism; 서로 이득을 보는 관계

2. Parasitism: 한쪽만 피를 빨아먹는 관계

3. Commensalism; 한쪽이 이득을 보는 동시에 다른 쪽은 이득도 피해도 없는 관계

영화를 보는 내내 Margaret과 Walter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Big Eyes의 실제 창작자는 마가렛,

마가렛이 그린 걸 자기 작품이라고 해서 십여년을 가짜화가 행세를 한 월터.

그녀의 작품이 대박이 나고 이 부부는 돈과 명성을 얻지만 마가렛은 내 그림을 내 그림이라고 말을 못하는 바보생활을 오랫동안 해오다 남편과의 관계를 끝낸 후 하와이에서 그를 상대로 한 법정소송을 통해 그녀의 명성을 되찾으려 한다.

간단히 보면 2번의 관계 같지만

마가렛은 피만 빨리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나?

사실 이들의 관계를 어느 박스안에 넣느냐는 보는 관점에 달라진다. 원래 영화보기란 그런거 아닌가. 자기 꼴리는 대로 보고 해석하기.

자, 영화를 세가지 다른 필터를 넣고 다시 스토리를 꾸며보는거다.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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