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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dy and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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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리트리버, 루시와 함께 알래스카로 직장을 찾아 떠나는 웬디.

오레곤 시골에서 차는 고장나고 돈이 없어 마트에서 음식을 훔치다가 경찰서로 연행되는 바람에 마트 앞에 묶어 논 개와 몇 시간동안 떨어져 있게 되고, 보석금 50불을 내고 나와 마트로 뛰어가 보지만 루시는 없어지고 없다.

부단한 노력 끝에 루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지만 수리를 맡겨놓은 차는 폐차해야 하는 상황. 결국 돈이 없는 개엄마는 자식을 버리고 알래스카행 화물기차에 올라 탄다.

영화 끝.

2008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되고 그해 그 다음해의 각종 유명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이 영화는 웬디의 단촐한 가방만큼 딱 이야기에 필요한 것들로만 단백하게 연출되었다.

이 미국소녀의 궁상맞은 여행기가 안타까웠는지 내 옆에 앉은 노부부는 영화 내내 혀를 끌끌 찼다.

영화 초반 웬디를 주차장에서 쫓아낸 경비아저씨는 나중엔 처지가 딱한 웬디에게 자기 전화를 쓰게 해주고 어릴적 자기 아빠는 개를 잃어버린 곳에 그가 입던 옷을 놔두면 그 개가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웬디의 지원군이 된다.

보호소로 부터의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비번인 날에도 웬디를 찾아와 개을 찾았다는 소식을 안기고 ‘받아둬’ 하며 웬디에게 돈을 쥐어준다.

클로즈업 샷: 웬디가 손을 편다. 구져진 1달러, 그리고 5달러.

“뭐야 6불 준거야?” “아이고 노인네 그래도 100불은 줘야지.”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가끔은 이렇게 옆 좌석의 ‘비영화적’ 추임새도 즐기게 되었다.

맘씨좋은 노부부와 달리 프랑스인 친구와 나는 영화를 보고 나와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그 여자 안 불쌍 하던데’

그렇게 고생을 해도 결국 자신의 선택에서부터 야기되는 불편함은 성인이기 때문에 감수하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게 우리 둘다의 생각.

그런 점에서도 영화가 정말로 미국적이라고 느꼈는데 철저하게 ‘내’가 중심이고 그래서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곳, 그리고 미국에는 정말로 돈없이 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어릴 때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찢어진 어깨를 집에서 엄마가 마취도 없이 실로 꿰메줬다는 흑인 친구, 태어나서 클때까지 집에 돈이 없어서 가족이 차를 타고 여행이라는 걸 한번도 못해 봤다는 백인 친구 등 영화보는 내내 돈없이 어렵게 살면서도 씩씩한 미국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이 영화가 단순히 사정이 딱한 여자를 보여주기만 하고 그 이면의 것을 건드리지 않은 건 아니다.

비쩍 마른 여자가 혼자 낯선 곳에서 돈도 없고 차는 고장에 설상가상 유일한 친구인 개 루시를 잃어버린다.

마음이 휑한 웬디는 공중전화로 언니한테 전화를 해보지만 우리도 힘든데 어쩌라는 거냐라는 쌀쌀맞은 말만 되돌아온다.

벼랑끝까지 내몰리고 더 이상 갈때도 없는 데도 계속 밀리는 그 마지막 순간, 지금 이렇게 떨어져도 영화처럼 나뭇가지에 걸리든, 슈퍼맨이 구해주든 간의 일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철저한 고독감을 느끼는 그 순간이 어떤 것 인지 우리 모두가 안다.

그동안 돈이 인간의 자존감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줄곧 영화들은 있어 왔다.

돈의 결핍으로 인한 외부적인 힘듬이 웬디를 이리저리 치고 박아도 웬디는 견딜만 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원에서 잠을 자다가 노숙자에게 봉변을 당해 주유소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울 때는 분노를 하고 있고 돈이 없어 루시를 데리고 가지 못해 펜스 넘어로 작별인사를 할때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보인다.

웬디는 걷는다.

웬디가 계속 걸어서 지금 당장의 어두움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는 곧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그녀가 삶을 놓지 않았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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